관절 ‘딱’ 소리 내면 관절염이 생긴다?

 누구나 한 번쯤 손가락 마디를 ‘딱’ 하고 꺾어본 적 있으시죠? 뭔가 시원한 기분도 들고, 습관처럼 무심코 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런 얘기,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야, 손가락 꺾지 마! 그러다 관절염 걸려!"


정말 그럴까요? 손가락 관절을 ‘딱’하는 소리가 관절에 무리를 주고, 시간이 지나면 관절염을 유발한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아니면 오래된 오해에 불과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손가락 관절 '딱' 소리 내면 관절염이 생긴다?"는 주제를 과학적 연구와 함께 파헤쳐보고,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을 바로잡아드리겠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정보,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손가락-관절

‘딱'소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손가락을 꺾을 때 나는 '딱' 또는 '캡'(외국에서는 '캡' 이라고 표현하네요.) 소리는 뼈나 관절이 어긋나면서 나는 소리일까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릅니다.

이 소리는 관절 안의 활액(synovial fluid) 속 기체가 빠르게 터지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활액은 관절 내부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며, 여기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 질소, 산소 등 기체가 갑작스러운 압력 변화로 인해 기포를 형성하고 터지며 소리를 내는 것이죠. 이 현상은 ‘공기방울 파열’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2015년 캐나다 앨버타대학교(University of Alberta)의 Greg Kawchuk 박사 연구팀은 MRI를 통해 손가락 꺾는 동작 중 기포가 형성되는 장면을 촬영했고, 논문에서 소리의 원인이 기포 형성임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민간 속설을 넘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즉, 이 ‘딱’ 소리는 뼈가 부딪히거나 관절이 닳아서 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압력 변화에 따른 물리적 반응일 뿐이며, 그 자체로 조직 손상을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관절염과의 연관성은 있을까?

‘딱’ 소리를 내는 것이 관절염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지만, 실제 과학적 근거는 매우 빈약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미국의 의사 도널드 언거(Donald Unger) 박사가 자신의 한 손만 60년 넘게 매일 꺾고, 다른 손은 전혀 꺾지 않는 실험을 진행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양손 모두에서 관절염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는 이 독특한 실험으로 2009년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까지 수상했습니다. 이 사례는 '손가락 꺾기가 해롭다'는 속설에 과학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또한 2011년 캘리포니아의 카이저퍼머넌트 의료센터(Kaiser Permanente)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손가락 관절 꺾기와 골관절염 발생률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이 연구는 215명을 대상으로 한 통계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출처: The Journal of the American Board of Family Medicine)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손가락을 꺾는 습관이 골관절염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관절을 무리하게 꺾거나, 힘을 과하게 주는 방식은 인대와 연부 조직에 반복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주의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손가락을 꺾어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행동에는 적절한 범위가 존재하죠.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 고통을 느끼면서 관절을 꺾는 경우
  • 뼈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반복될 때
  • 관절이 붓거나 열감, 통증이 동반될 경우
  • 무리한 스트레칭으로 관절 가동 범위를 넘는 경우


특히 손을 많이 쓰는 직업군(예: 요리사, 악기 연주자, 사무직 등)은 손가락 관절에 일상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꺾는 동작 외에도 반복적인 사용 자체가 염증성 반응이나 퇴행성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관절 가동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스트레칭과 마사지, 온찜질 등을 병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중 짧게라도 손 관절을 이완시키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평소보다 손이 덜 붓고, 통증도 줄어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Q&A

Q1. 손가락 ‘딱’ 소리내는 습관, 안 하면 더 좋나요?
A.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건강에는 더 이롭습니다.

Q2. 소리가 안 나면 관절이 이상한 건가요?
A. 아닙니다. 소리는 단순한 기포 현상일 뿐이며, 안 난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Q3. 손가락 관절이 자주 붓는데, 원인은 뭘까요?
A. 반복적인 사용, 퇴행성 변화, 류마티스 관절염 등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전문 진료가 필요합니다.

Q4. 관절을 많이 쓰는 직업일수록 관절염 위험이 높을까요?
A. 네, 반복적인 손 사용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예방 차원의 운동과 휴식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론

손가락 관절을 꺾는 '딱' 소리는 공기 방울이 터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관절염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비트는 습관, 반복적이고 강한 꺾기 행동은 인대 손상이나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선에서의 사용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진짜 신경 써야 할 것은 ‘소리’가 아니라, 관절을 얼마나 반복적으로 혹사하고 있는가입니다. 스마트폰, 키보드, 마우스 사용이 일상이 된 지금, 손을 위한 스트레칭과 적절한 휴식이야말로 진정한 예방이 아닐까요?

불안한 소문보다는 검증된 과학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한 선택을 해보세요. 그리고 다음부터 누군가 손가락 꺾는다고 잔소리를 한다면, 오늘의 내용을 근거로 자신 있게 설명해주셔도 좋겠습니다.

 

※ 이 글에 제공된 정보는 참고용일 뿐이며, 의학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 의료인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