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를 키운다 : 인간 몸통 조직 모델 구축
줄기세포 관련 흥미로운 뉴스가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몸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물 중 하나인 '척삭(notochord)'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초기 배아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척삭은 단순한 지지 구조가 아니라, 주변 조직 형성의 방향을 결정짓는 '신호 중심'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 인간의 몸통 조직을 체외에서 모사하는 대부분의 줄기세포 모델들은 이 척삭을 재현하지 못해 완전한 발달 연구에 한계를 보여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Nature (2024)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인간 줄기세포로부터 척삭을 포함한 3차원 몸통 구조를 구현해낸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생명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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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오가노이드 조각을 매우 자세히 보여주는 전자 주사 현미경 이미지. 출처: Tiago Rito, Marie-Charlotte Domart. |
척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척추와의 관계
척삭(notochord)은 척추동물 배아가 발달 초기 단계에서 가지는 중심 축 구조입니다. 원통형으로 생긴 이 조직은 배아의 정중선(midline)을 따라 길게 형성되며, 이후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와 척추 구조가 자리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성체 인간에게는 척삭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흔적은 추간판의 중심부인 수핵(nucleus pulposus)에서 발견됩니다. 즉, 척삭은 성인이 되기 전 ‘척추가 만들어질 자리를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이며, 신경관 형성, 근육 및 골격 배치에 필수적인 신호를 주변 조직에 전달하는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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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단계의 배아 |
이처럼 척삭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발달 생물학에서 핵심 키워드이며, 이를 체외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인간 발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를 손에 넣는 것과도 같습니다.
3차원적인 인간 몸통 조직 모델을 구축
연구진은 닭 배아의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다양한 세포 집단의 발달 경로를 지도화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줄기세포의 공간적 조직화 과정을 유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 YAP 단백질의 비활성화 : YAP 단백질은 세포가 너무 빨리 자라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것을 비활성화 하니까 세포들이 좀 더 특정한 방향으로 발달할 준비를 할수 있도록 합니다.
- FGF를 통한 MAPK 신호 경로 활성화 : 이 과정은 세포에게 '이제 등뼈(척삭)가 될 세포들을 만들어라!' 하고 명령을 내리는, 마치 자동차의 시동을 거는 것과 같은 과정입니다.
- WNT 경로를 자극하여, TBXT(Brachyury)의 발현 : 위의 두 가지 신호 조합이 WNT라는 또 다른 중요한 신호 경로를 자극 하고 그것이 이어서 TBXT (Brachyury)라는 유전자를 켜는 역할을 합니다. 이 TBXT 유전자는 척삭이라는 초기 등뼈 구조를 만드는 데 아주 필수적인 유전자가 되겠습니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뼈대를 세우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 NODAL 및 BMP 신호를 억제 : 두 신호를 시기 적절하게 억제한 것은 척삭 세포를 너무 많이 만들거나 다른 원치 않는 세포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레고 블록을 쌓을 때 필요한 블록만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비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진은 척삭뿐만 아니라 복측 신경 및 중배엽 조직까지 포함된 3차원적인 인간 몸통 조직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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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기관체 표면의 현미경 이미지(오른쪽)와 컴퓨터 생성 이미지(왼쪽)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척삭을 바깥쪽 신경 조직(보라색으로 골격화)으로 둘러싼 모습. 출처: Tiago Rito |
인간의 줄기세포로 척추를 키운다.
지금까지의 체외 모델(가스트로로이드, 축 확장 오가노이드 등)은 일부 조직만 재현하거나 척삭과 같은 핵심 구조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를 뛰어넘어, 실제 발생과 유사한 조직 배치를 갖춘 모델을 제시하며 인체 조직 연구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히 기초과학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발달 과정을 더 잘 이해하고, 향후 약물 독성 평가, 기형 유발 인자 분석,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 검증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모델은 척삭 유래의 신호에 반응하는 세포들(예: 바닥판, 중배엽 등)까지 함께 형성되어, 조직 간 상호작용을 분석할 수 있는 '생리학적 정확성'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척수 손상이나 선천성 기형 같은 질병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데 아주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연구는 줄기세포 분화 과정에서 특정 신호의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비슷한 유도물질을 사용하더라도 그 적용 시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은, 줄기세포 치료 기술 개발에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과학자들은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말 그대로 "척추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평가합니다 . 그리고 연구자들은 "인간의 줄기 세포가 '척추'로 발달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FAQ
Q. 척삭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척삭은 중추신경계와 척추 구조 형성의 초기 신호를 제공하며, 주변 조직의 패턴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Q. 기존의 줄기세포 모델이 척삭을 구현하지 못한 이유는?
A. 척삭 형성에는 복합적이고 정교한 신호 조절이 필요한데, 기존 모델은 이런 타이밍과 조합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Q. 이 모델은 실제 인체 치료에 어떻게 적용되나요?
A. 현재는 기초 연구 단계지만, 질병 모델링, 약물 스크리닝, 발달 장애 연구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큽니다.
Q. 동물 실험 없이도 이런 모델로 충분한가요?
A. 윤리적 논란이 큰 동물 실험을 줄이고, 인간 생리와 더 가까운 결과를 얻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Q.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는?
A. 인간 몸통 조직의 완전한 체외 재현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발달생물학과 재생의학 양쪽 모두에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맺으며
이번 Nature 논문은 인간의 몸통 형성 과정을 정밀하게 재현한 체외 모델을 제시하며, 줄기세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단순한 구조 재현을 넘어, 기능적 조절과 시기까지 포함한 고차원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입니다.
앞으로 이런 연구들이 축적되면, 인간 발달의 미스터리를 푸는 것은 물론이고, 정밀의료와 맞춤형 치료 개발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과학의 미래,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 참고 :
- Rito, T., Libby, A. R. G., Demuth, M., Domart, M.-C., Cornwall-Scoones, J., & Briscoe, J. (2025). Timely TGFβ signalling inhibition induces notochord. Nature, 637(1), 673–68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332-w
- 유엔미래포럼. (2024년 12월 20일). [실험실에서 인간 척추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킨다] 연구자들은 척추동물의 핵심 구조적 구성 요소인 실험실에서 키운 척삭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초기 인간 발달 연구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https://unfuture.org/3692, 2025년 4월 20일 접속.
- Ramsey, L. (2024, December 19). Unveiling human stem cell model with functional notochord. AZO Life Sciences. https://www.azolifesciences.com/news/20241219/Unveiling-Human-Stem-Cell-Model-with-Functional-Notochord.aspx, 2025년 4월 20일 접속.
- Phys.org. (2024, December 18). 척추 구축: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신체의 'GPS 시스템'을 재현하다. https://phys.org/news/2024-12-backbone-scientists-recreate-body-gps.html, 2025년 4월 20일 접속.